제목 : 제일 기억에 남는 손님..
이름: 토토
작성일: 2005-05-30
조회: 6,528
2000년 여름 뜨거운 여름에 바캉스 시즌은 시작되고
대한민국에서 찾기 힘든 고품격 강원도 맛기행을 출시하였다.
우등버스에 특급호텔 숙소에 맛있는 음식으로 관광지 또한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강원도 이다보니 고객들의 반응은 따~~따봉이었다.
여행 첫 스타트에 18명 이라는 고객을 모시고 가이드를 나갔는데
오랫만에 마이크 잡고 설려니 가슴이 두근두근 모든것이 새롭고 약간의 진땀과 얼굴이 화끈화끈..
지금도 가이드 나갈때는 이와같은 현상이 가라앉지 않지만 ^^
출발 첫날 명단 체크하고 버스는 출발하면서 여행 일정표 나눠드리고 간단하게 인사 드린다음 자리에 앉아서야 조금씩 고객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오늘 오신 고객님들이 어떤 분들인지 명단을 확인하는중에 나에게 예약하시어 낯이 익은 성함이 있어서 눈이 확 들어오는 반가움이 들었다.
예약하실 때 부터 나즈막한 바리톤 목소리의 고객이라 기억에 남았는데 나의 첫 고객이니 이또한 즐거운 인연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고객님은 사모님과 중학생 아들과 함께 여행을 오셨는데 중학생 아들이 엄마,아빠보다 덩치도 좋고 잘생겼다.
엄마,아빠는 조용하시고 두분이 어찌나 연인처럼 손을 꼭잡고 다니시고 도란도란 말씀도 잘 나누시는지 보기에도 부러운 부부애를 과시하신다.
그러는 사이에 아들은 그 특유의 붙임성으로 간호사 누나들과 짝짝꿍이 되어서 무슨 얘기들이 그리 재미난지...
나 또한 질세라 그 이야기속에 가세하여 결국은 간호사 언니들과 학생과 친숙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행도중 이 학생이 맹랑하게도 나의 아픈 구석을 찌르는데 "가이드 누나는 왜 결혼 안했어요?"
"가이드 누나는 왜 시집 안가요?"
"가이드 누나는 시집언제가요?"
"가이드 누나는 남자친구 없어요?" 기타등등 어찌나 나의 미혼인것에 관심도 많고 궁금해하는지...
어째든 무사히 2박3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헤어질땐 섭섭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 이후 이 고객은 나의 단골 고객이 되었고 가끔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는데 벌써 세월이 흘러 능구렁이 중학생이던 고객이 지금은 고3 수험생이라니 미대가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듣고 난 대전으로 내려왔다.
나에게 여전히 능청스럽게 "누나 국수는 언제 먹여줄꺼유?"라며 멋진 웃음을 날리는 나의 첫고객이 무척이나 그리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