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이드 얼굴에서는 피가 뚝뚝~ 꼬마손님 다리는 성형수술..(1탄)
이름: dding
작성일: 2005-05-30
조회: 6,767
때는 놀러다니기 좋은 5얼의 어느날이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10시에 서울 화곡동에서 출발하는 단체 무박상품을 진행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단체여행인데 무박을 가요? 라는 말에 회사에서는 단체긴 한데 어른반 꼬마손님들 반이라구 하네요.
초등학생들이라고 해서 무박여행 못갈것도 없긴 하지만, 보성차밭이야 초등학생들이 보고 초록색 바다다~라고 감탄하지는 않거든요. 어른들처럼 쭉쭉뻗은 삼나무길과 안개낀 차밭.. 그리고 빛의 이동에 따라서 오묘하게 바뀌는 차밭의 색깔을 관찰할만한 호기심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건 사실입니다. 단지. 신기해할 뿐이죠. ^^
드디어 토요일 오후 9시쯤 화곡동에 도착해서 기사님 만나고 손님들을 기다리는데.. 아.. 가만보아하니 꼬마손님들이 모두 초등학생은 아니네요.
가족계획대로 가는건 아닐진데 어쩜 그렇게 잘 맞추셨는지 한가족당 자녀들이 두명씩입니다.
출발전 손님들과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하고 있자니 판이 딱~ 보입니다.
작년에 같은반 엄마분들끼리 참 친하셨나봐요. 이제 다른 반이 되었음에도 자주 만나시는데 보성차밭이 그렇게 가고싶으셨다는거여요.
숙박으로 가자니, 이래저래 집안일이 걱정되시고, 엄마들끼리 가자니 남편에게 눈치가 보여서 아이들 체험여행 시켜주러 간다고 무박으로 오신거랍니다.
꼬마손님들은 꼬마손님들대로.. 어머니들은 어머니들대로 눈에 써있어요..
"기대만빵~" 이라구..
그순간 가이드의 눈에도 써있었을겁니다.
"왕부담~" 이라구요. ^^
보성의 대한다원이 지금은 주차장을 수리해서 화장실도 현대식으로 바뀌었고, 새벽에 불도 환하게 켜져있지만 작년까지는 주차장도 한쪽은 울퉁불퉁한 길이요, 가로등의 숫자도 많지 않아서 깜깜하고 주차장 화장실도 간이 화장실이라 도착한 후에도 해가 뜰때까지는 차안에서 주무세요~!! 했었거든요.
그날은 기대만빵인 어머님들과 꼬마손님들이 서울에서 보성의 대한다원까지 눈한번 감지 않으시고 옹기종기 좌석별로 모여 수다를 떠십니다. 아 정말 다들 힘도 좋으십니다. ^^
그래요~!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하던 여행이셨겠어요~ 많이들 노세요.. ^^
어둠이 조금씩 한켠으로 물러나고 사물이 조금씩 식별되면서 20분정도 있으면 손님들과 함께 차밭을 보러 가야겠네.. 라는 생각을 할즈음 우리의 꼬마손님들 온몸이 배배 꼬입니다.
차밭으로 올라가기전 어린이 손님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가기에 쫓아나갔지요.
별도 없는데 하늘만 바라보는 꼬마손님들에게 제안했지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아니?"라구요.
꼬마손님들 신났습니다.
가위바위보 해서 술래 정하더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합니다. 대한다원 주차장에는 저희차 한대만 서있고 차 옆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집니다.
어느새 엄마들은 캠코더와 사진기를 들고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찍기 바쁘시네요.
"어머님들.. 나중에 이쁜데서 찍어주세요. 15분정도 있다가 차밭으로 올라갈거여요. ^^"
어머니들과 함께 있다가 유치원다니는 꼬마아이들 몇몇이 자꾸 소외당하길래.. (아기들이니까 술래하는 오빠, 언니들이 봐준다고 안잡는걸 보더니 삐졌나봅니다) 그 아이들 손을 잡고 저도 게임에 참여했지요.
두게임정도 했을까요? 술래중 한명이 저희무리를 향해서 달래오길래 못뛰는 꼬마아이를 안고 뛰었습니다.
헌데.. 아뿔싸...
공사중이었던 다원 주차장에서 그것도 속도를 내야하는 게임을 하다니 뒤에 생각해보니 저도 참 대책없는 사람이구나 싶었답니다.
아이를 안고 넘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것이 넘어지는 그순간 한가지 생각만 나더라구요. "어쩌냐.. 아이 안고 있는데..
넘어지는 순간 아이를 옆으로 제끼긴 했는데 눈에 별이 반짝이고 제가 끼고 있던 안경은 아작이 나고 머리는 지끈합니다. 사진찍고 캠코더 들고계신 어머님들 뛰어오십니다.
엄마들 제 얼굴 보더니 난리나셨습니다.
이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걸 보더니 수건대주시고 어쩌냐고 물어봐주시고..
제가 안고 뛴아이는 제 얼굴에 피나는걸 보더니 너무 놀래서 울지도 못합니다.
다행히 꼬마아이 얼굴과 손등에는 상처가 없습니다. 아.. 순간 십년 감수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제가 다쳤으니 망정이지 꼬마가 다쳤으면 어쩔뻔했겠어요. ㅠ.ㅠ
엄마들은 제 상처를 치료해주시고 걱정해주시는통에 꼬마아이는 다른 언니들이 봐줍니다.
가지고 있는 약품으로 대충 치료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꼬마 친구가 뛰어옵니다.
같이 넘어졌던 꼬마(이름이 민지랍니다)를 버스에 데리고 올라갔는데 다리에서 피가난대요.
민지가 긴바지를 입고 있어서 아무도 몰랐던거지요.
놀란마음에 버스로 후다닥 가보니 아뿔싸.. 넘어지면서 제가 민지를 한켠으로 밀어냈는데 그쪽에 돌이 있었나봅니다. 다리가 찢겨있어요.. 아.. 난리났습니다.
후시딘바르고 밴드붙여서 될 상처는 아닌것같습니다.
그새벽 5시에 그것도 보성에서 대체 문을 연 병원이 있을까라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그래서 다른 분들은 모두 차밭으로 올려보내고 민지와 민지 어머니, 여행주최하신 다현어머니, 저 이렇게 넷이서 보성콜택시를 부르려고 하니 밤새 운전하고 오셨던 기사님.. 한마디 하십니다.
긴급상황이니까 내가 데려다 줄께요.. 병원찾아서 데려다 주고 다시 차밭으로 오지 머.. 그때 눈 잠깐 붙이죠 뭐.
고마운 기사님이십니다.
그 새벽에 .. 45인승차에 네명이 타고 병원을 찾아 헤맵니다. 보성시내까지 나와서 부지런한 분들께 묻고 물은끝에 보성초입에 큰 병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응급실에서 들은 결과는 더 암담했습니다.
상황을 자세히 나열하니 아이가 너무 어려서(민지는 5살입니다) 넘어질때 혹시 그 충격으로 뼈에 이상이 있을수도 있다고 하면서 엑스레이를 찍네요.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엑스레이 판독결과가 나왔습니다. 그 판독시간까지의 민지엄마와 저의 마음졸임이란 어떤말로도 부족하겠지요.
이젠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헌데 응급실의사선생님이 저한테 물으십니다.
이곳에서 꿰매도 되지만 상처부위가 의외로 심하니 성형외과 같은데서 꿰매면 자라면서 흉터가 없어질수도 있다고 하네요.
네. 그럼 성형외과 가야지요.
제일 잘하는 성형외과를 물으니 광주에 있다고 합니다. 아. 광주라..
다치고 나서 적어도 세시간안에는 상처를 봉합해야 하는데 첩첩 산중입니다.
1탄 끝~!!